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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 조리사 내마음의 주단을 깔고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꺼야 ...내게 사랑은 너무 써. 강변북로를 내달리던 택시의 뒷자석에서 산울림의 노래가 나오자 서둘러 차창문을 올린다. 그 날 따라 무슨 맘이 들었는지 시원한 바람소리 마저도 거추장스럽게 만들어버리는 그들의 노래에 나는 그만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그들이 한국 록의 전설인 것이야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심야의 음악프로 진행자가 줄줄이 나열하는 대표곡 명단 하나 하나를 이어 붙이니, 이건 한 편의 시가 아니던가? 굳이 광고에 빗대어 노래의 가사가 바디카피라 치면 그 제목은 헤드라인 카피라 할 수 있을 터인데, 그렇다면 카피라이터 김창완은 나라는 소비자로 하여금 그들의 상품을 사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 더보기
1년전 더보기
중산층 피와 살이 튀기는 슬래셔 무비나 고어물은 질색인데, 충격과 강도에서 그리 다를 것 없는 좀비영화는 이상하리만치 잘보는 편이다. 그런 좀비물 영화를 논할 때 영화평론가들이 자주 쓰는 말 중 하나가 ‘중산층의 허구’라는 말이다. 처음 그 말을 들을 땐 피튀기는 영화에 사회적 구조네 근원적 불안감입네 하며 갖다 붙이기는 잘하는 먹물들의 애매모호한 언어에 대한 거북함이 앞섰다. 그러다 작년엔가 보았던 좀비 영화의 한 장면에서 그토록 알 수 없던 중산층의 허구란 말을 명쾌하게 이해한 적이 있다. 좀비영화의 흔한 코드였는데, 떼로 몰려드는 좀비들에게 쫓기던 주인공 무리들중 하나가 살아야겠다는 눈앞의 이기심에 자기편을 발로 차 그를 좀비들의 무리속에 집어넣는다. 잠깐이나마 그는 생명을 연장하지만 결국 발로 차넣은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