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 태평하게 지내는 박아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병환이 있었으니 그것은 소화불량,변비,편두통이다. 변비는 “비켜!”라고 말하면 알아서 비켜주며, 얹힌 음식은 더 많이 집어넣어 밑으로 내려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편두통? 그건 당신이 남보다 열정적이기 때문 아니었나? 그렇게 생로병사의 비밀을 모른 채, 고통을 호소하는 주변의 안타까운 몸짓을 나완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내가 작년에 처음으로 소화제의 힘을 빌게 되었다. 게다가 지난주엔 편두통의 괴로움을 체득하는 놀라운 경험-펜치로 좌뇌외 전두엽 사이를 콕 찝어 길게 당기는 그런 느낌-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러다 보니 좌변기에 앉아 오지도 않은 BB(변비라는 말이 좀 그러니...)를 걱정하는 형국이다.‘아 이러다가 비데기에 종속되어 버리지 않을까? 쾌변 모드에 길들어진 근육이 자기활력을 잃고 퇴화해버려 비데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쌀때없는’ 현대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망상 말이다.
이젠 이런 걱정이 좀 더 종합적이고 수치화 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30대 중반 처음 받아본 종합 건강진단을 받던 날, 기분이 참 그러했다. 4리터의 관장용액도 힘들지만 다 들이켰고, 마음의 준비도 다 되어있었다. 최첨단 기계와 놀라운 의료기술이 가엾은 내몸을 계측하여 0과 1로 구성된 이진법 모드로 수치화 해놓을 테지? 뭘 잘할지도 모르면서 잘할 수 있을거라고 주문을 걸고 있다. 이건 괜히 군인이 된 듯 숙연했던 병역 신체검사 때의 느낌의 느낌이랄까? 검진 후 식권으로 먹는 죽 한사발 앞에서도 그동안 너무 혹사당했던 내몸에 대한 안쓰러움에 괜히 금연과 절제를 다짐한다. 검사 결과를 받는 날은 이런 호들갑은 절정을 이루지만 조심스레 열어본 결과지의 수치는 단일컨셉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살 좀 빼고, 담배끊고, 술좀 작작 마셔. 나머진 건강하니까 걱정말고 아이디어나 잘내라, 그러다 뇌에도 지방 끼겠다. 그리고, 풋...웃어서 미안, 너 체형 연령이 42.8세더라? 그럼안녕”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잠시 나의 바디세이프를 점검해 봤다.
목적성 있는 도구로서 최적화된 육체의 개념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시기는 일제 때부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식민교육을 시작하면서 신민의 백성으로 적합한 일꾼을 키우기 위해 육체를 단련시켜야 한다고 교육하기 시작했으며 그때부터 초등학교에 기계체조를 보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목적이지지만 여전히 세상은 더나은 삶을 위해 몸을 개조하라고 말한다. 다이어트 요법을 넘어 전쟁이란 말을 써가며 관리하고 또 관리하는 세상에서 건강 강박증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윽박지르고 몰아세우며 일생을 살아가기엔 몸은 너무 피곤하다. 건강한 육체는 맹신과 타성중 그 어떤 것으로도 얻을 수 없다. 건강이란 말은 육체와 마음 모두가 온전한 것을 말하니까. 끝으로 성형술이 처음 보급될 무렵의 신문에 나온 상담코너 한 토막을 보고 마무리 하겠다.
문:20세 처녀이온데, 코가 얕아서 남모르는 기관을 하던 중 반가웁게도 코를 높일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곧 실행하려 하오나 동무의 말을 들으니 시일을 경과하면 코가 삐뚤어지고 늙으면 흉해서 볼 수가 없다는 둥 여러가지 말을 하니 얼른 실행키도 무섭습니다. 그게 정말일까요? - 용산 일독자
답:천연적으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조선중앙일보,1935년 5월1일)
이젠 이런 걱정이 좀 더 종합적이고 수치화 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30대 중반 처음 받아본 종합 건강진단을 받던 날, 기분이 참 그러했다. 4리터의 관장용액도 힘들지만 다 들이켰고, 마음의 준비도 다 되어있었다. 최첨단 기계와 놀라운 의료기술이 가엾은 내몸을 계측하여 0과 1로 구성된 이진법 모드로 수치화 해놓을 테지? 뭘 잘할지도 모르면서 잘할 수 있을거라고 주문을 걸고 있다. 이건 괜히 군인이 된 듯 숙연했던 병역 신체검사 때의 느낌의 느낌이랄까? 검진 후 식권으로 먹는 죽 한사발 앞에서도 그동안 너무 혹사당했던 내몸에 대한 안쓰러움에 괜히 금연과 절제를 다짐한다. 검사 결과를 받는 날은 이런 호들갑은 절정을 이루지만 조심스레 열어본 결과지의 수치는 단일컨셉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살 좀 빼고, 담배끊고, 술좀 작작 마셔. 나머진 건강하니까 걱정말고 아이디어나 잘내라, 그러다 뇌에도 지방 끼겠다. 그리고, 풋...웃어서 미안, 너 체형 연령이 42.8세더라? 그럼안녕”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잠시 나의 바디세이프를 점검해 봤다.
목적성 있는 도구로서 최적화된 육체의 개념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시기는 일제 때부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식민교육을 시작하면서 신민의 백성으로 적합한 일꾼을 키우기 위해 육체를 단련시켜야 한다고 교육하기 시작했으며 그때부터 초등학교에 기계체조를 보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목적이지지만 여전히 세상은 더나은 삶을 위해 몸을 개조하라고 말한다. 다이어트 요법을 넘어 전쟁이란 말을 써가며 관리하고 또 관리하는 세상에서 건강 강박증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윽박지르고 몰아세우며 일생을 살아가기엔 몸은 너무 피곤하다. 건강한 육체는 맹신과 타성중 그 어떤 것으로도 얻을 수 없다. 건강이란 말은 육체와 마음 모두가 온전한 것을 말하니까. 끝으로 성형술이 처음 보급될 무렵의 신문에 나온 상담코너 한 토막을 보고 마무리 하겠다.
문:20세 처녀이온데, 코가 얕아서 남모르는 기관을 하던 중 반가웁게도 코를 높일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곧 실행하려 하오나 동무의 말을 들으니 시일을 경과하면 코가 삐뚤어지고 늙으면 흉해서 볼 수가 없다는 둥 여러가지 말을 하니 얼른 실행키도 무섭습니다. 그게 정말일까요? - 용산 일독자
답:천연적으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조선중앙일보,1935년 5월1일)
'24/7'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관성 없는 나날들... (0) | 2010.12.01 |
---|---|
히끼 히끼, 썸머쉐이크! (0) | 2010.10.13 |
똘기와 총기 (0) | 2010.08.13 |
과신 (0) | 2010.07.14 |
여름, 뜨거울 예정 (0) | 2010.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