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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번잡한 아트의 글짓기 귀한 시간을 내어 글을 봐주시는 분들, 그리고 그분들의 고마운 마음 씀씀이에 우선 감사드린다. 매번 힘들게‘X줄 퐈이어’를 불사르며 땀구멍 하나에 한글자씩 쥐어짜내는 주제에, 좋은 소리만 듣고싶은 모양이다. 나라는 인자가 귀한지면을 할애받아 제일기획 사보에 한꼭지를 맡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시는 분도 많지만, 정작 나는 사보만 들고 있는 사람만 봐도, 그이가 내글을 봐주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산다. 아무리 봐도 글쓰기에 있어 박프로는 볼품없는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지금 써내고 있는 이것도 글이랍시고 쿨한 척 하지만 귀는 쓸데없이 민감하다. 여러반응에 솔깃하고 반응하는 맘은 내가 느끼기에도 “제발, 참아줘”수준이다. 그런 다양한 반응 중 드디어 10번째를 채운 말이 있다. 바로 문체가 만연체란다. 10번이나.. 더보기
뇌의 관성 관성 [慣性, inertia] 물체에 가해지는 외부힘의 합력이 0일 때 자신의 운동상태를 지속하는 성질. 질량이 클수록 관성도 크다. 타성(惰性)이라고도 한다.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 하고, 운동하는 물체는 원래의 속력과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 -네이버 백과사전 마감을 훌쩍 넘겼음을 알리는 홍보팀 황프로의 재촉 문자가 왕림하셨다. 올것이 왔다. 밑천이 다 떨어졌음을 이제 눈치챘는지 액정의 문자 사이로 서걱거림이 느껴진다. 원고를 받으려는이나, 보내고 싶어 안달난 사람이나 지금 이 순간이 고역인 건 마찬가지.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관성의 의미를 찾아 붙여넣은 후 속절없이 흘러간 120여분. 생각이 멈춰버린 시간에 갇혀버렸다. 이게 다 인터넷 혁명과 클릭질에 길들여진 무기력한 내머리 때문에.. 더보기
공간적응 "이집은... 우리 가족한테 버림 받을 것을 알고 두려워 하는 것이다." 일본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이름없는 독'이라는 소설에서 사건의 현장이 된 주인공의 고급빌라를 보며 등장인물이 내뱉는 말이 이렇게 나온다. 몇년전부터 새로운 건축물에서 내뿜는 새집 증후군에 대해 신문과 뉴스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인간이란 또 어떤 존재인가? 그들이 못지 않게 내뿜는 독소도 만만치 않은 법. 사람의 몸도 공간에 종속되지만 집이든, 책상이든 한몸이 점하고 있던 일정 부분도 인간이 내뿜는 무엇인가에 길들여지는 법이다. 이 한문장에 이렇게 인상에 남은 이유는 그와 흡사한 감정을 나도 느꼈기 때문이리라. 결혼 후 처음 얻은 신혼집. 그렇게 대단할 것 없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에 선 두 사람들에겐 무척이나 .. 더보기
대담(對談) 사회자: 여러분 올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여러분의 노력이 두둑한 보너스로 보답받길 기대하면서, 오늘은‘아트’라는 이름으로 불철주야,주구장창,고마쌔리... 노력을 아끼지 않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왼쪽에는 ‘최고의 디자인은 누가 봐도 예쁜 것’이라 믿고 계시는 끌의 대가 박아트님. 그리고 반대편엔 ‘미래는 아카이브엔 없더라’라는 책을 쓰신 박차장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박아트님부터... 박아트(이하‘아’): 요즘 친구들은‘아트디렉터’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죠? 디자이너가 창피한가? 하지만 전 디자이너란 말을 사랑합니다. 업체란 곳에서 손가락으로 이리 저리 몇마디 던지고는 자기 작품입네 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면 제가 .. 더보기
그녀를 울리지 마세요 그녀는 진정 나보다 잘 나갔음이 분명하다. 나와 비슷한 연차였을 때에도 분명 더 높은 고과와 연봉을 챙겼으며, 주변의 좋은 평판을 들으며 탄탄한 그녀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녀 덕분에 내 삶은 윤택했으며, 그것이 곧 나의 경쟁력이 되기도 했다. 그녀의 승승장구가 나에겐 자랑이었고 고마웠으며, 한편은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다 그녀에게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그녀의 뱃속에 나의 아기가 들어온 것이다. 그녀는 힘들어했고 그녀는 그것을 견뎌내는 듯했다. 이기고 헤쳐 나갈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아는 그녀의 저력이고 능력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두고 첫째 아이의 육아에 전념하겠다고 조용히 말했다. 난 별말 없이 그러라고 했다. 그런 후 전쟁같은 날이 시작되었다. 밤새 우는 큰애를 달래다 .. 더보기
멋이 넘쳐흘러요 더보기
소위 전문가 어두 컴컴한 저 길의 끝에는 무엇이 똬리를 틀고 있을까? 놀이동산 귀신의 집이 무서운 이유는 존재가 지닌 두려움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 무엇이 올지 알 수 없다는 ‘미지’ 자체에 있다. 공포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의 절정을 지나면 두려움은 반감이 된다. 귀신의 집을 두번이나 줄서서 가지 않는 이유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는 아마 귀신의 집 입구에 서있지 않을까? 경제 신문 변변히 읽지 않는 종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지 모르시겠지만 세월이 수상해 들리는 풍월도 있고, 금융업과 관련된 TV-CM을 준비하며 이리 저리 ‘공부’한 덕택이기도 하다. 지금의 경제대란의 한 원인이라는 ‘파생상품’이라는게 딱 그렇다. 예측할 수 없기에 두려운 존재, 통제의 범위를 벗어난 괴물을 바라보는 전문가의 불확실한 견해들,.. 더보기
정의란 무엇인가? 제목에서 말하는 정의는, 정의(正義 - Justice)가 아니라 정의(定義 - definition)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에 관해 기대했던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낚인셈이다. 정의라는 말을 꺼내가며 글을 풀어가는 이유는 개인사적인 경험과 요즘 부쩍 드는 생각, 이 두가지에 기인한다. 본인은 군생활중 미술에 대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고자 미대의 냄새라도 맡아봐야 겠다는 다짐으로 제대후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다시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머리커서 다시 입시공부 하려니 이래 저래 준비할게 많았는데, 미술학원에서 실기공부도 하며 수능시험을 위해 고등학교 이후, 쳐다보지도 않겠다던 과목을 다시 손을 댔다. 물론 수학공부도 다시 해야만했으며 사천만의 베스트셀러인 수학의 정석을 다시 손에 쥐었다. 수학이란 과목은 .. 더보기
별 거 아니었군(君) 프랑스 화가 구스타프 쿠르베의‘안녕하시오 쿠르베씨?’라는 작품은 자신을 후원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쿠르베 자신을 그린 작품이다. 돈 많아 보이는 의뢰인 일행은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데, 화구를 맨 초라한 차림의 쿠르베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감히 ‘짝다리’를 하고 있다. 주석으로 달린 해설엔 자신의 천재성에 대한 자부심을 거만하리만치 표현했다고 한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선 돈으로 작품을 소장하던가 발품을 팔아 눈으로 얻어보는 방법 뿐이던 그시절, 아우라로 먹고사는 쿠르베 형님의 작렬하는 포스는 연말 PS를 털어서라도 구매하고 싶을 지경이다. “로고 좀 키워 주시구요...”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제작물 관련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중의 하나가 로고 좀 키워 달라는 말.. 더보기
멀고 먼 길, 프로(路) “광고하는 사람입니다.” 이리 내 소개를 할 라 치면 돌아오는 말의 10의 7은 “그럼 CF 감독이신가요?”이며, 나머지 3은 “와, 그럼 연예인 많이 보겠네요?” 다. 그럴 때면 광고대행사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다가 요즘엔 그냥 “예, 그런 사람들하고 일합니다.”라고 대충 둘러댄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냉철함과 장고 끝에 내어놓는 칼날같은 아이디어 그리고 사람들의 감탄. 입사전에 내가 생각한 광고인에 대한 이미지도 위의 질문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기분 나쁠 것도 없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 환상은 깨어진지 오래고 남아있는 이미지는 딱 ‘월급쟁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자본주의적 가치가 본격적으로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할 때 그 선봉에 섰던 ‘광고전문가’들에겐 뭔가 멋들어진 ‘이름’이 필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