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

어른이 되어도 될까요?

단수메가라 2011. 1. 13. 16:11




“그래, 이제 너도 어른이 되었구나...”
 그날 미더덕 선생께선 그렇게 말씀하셨다. 벌어진 앞니의 틈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입천장을 다그친 후 목구멍이라는 최종 관문을 무사 통과한 뜨거운 선생의 체액은 흙냄새를 남긴채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셨다. 어린 시절 미더덕이란 식재료는 보기 흉하고 이상한 향과 용납할 수 없는 맛의 액체를 내뿜는, 섭취 불가한 Toxic Monster 였다. 그런 미더덕의 참 맛을 알게 된 스물 네살의 박아트는 거짓으로 호탕한 웃음을 던지며 등뒤에선 언제라도 사악한 음모를 꾸밀 수 있는 능수 능란한 인물이 된 듯했다. “언제 당신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미더덕을 음미할 수 있게 된 그 순간이라고 말하겠다.


“그래, 이제 너도 어른이 되었구나...”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첨단의 기기들 중에서 요즘 잘 나간다는 신상을 만지작 거리며 떠오른 말이다. 얼리어댑터 수준은 아니지만 소위 어른들의 장난감들은 관심있게 지켜보며 웬만큼 꿰고 있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평면에 깔린 버튼을 눌러주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인 2D의 세상과는 달리, 누르는 시간차와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세계가 전개되는 입체적 관점의 세상 사이의 간격에 적잖이 곤란함을 느끼는 그 순간, 더블 클릭에 애를 먹는 어머니를 보며, 당신의 신체 언어는 이놈의 빌어먹을 마우스와는 절대 소통할 수 없겠구나 라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잠깐이나마 오버랩되었다. 같은 말이지만 다른 의미의 어른이 되어간다는 느낌이다. 그런 또 하나의 존재로서 ‘트위터’란 놈도 마찬가지다. 노인부터 아이까지, 재계 총수에서 진보논객까지 세상 모두 트위터를 지저귀지만 사실 난 트위터 를 잘 알지 못한다. 맞팔이니 RT니 하는 생경한 용어는 물론이거니와 내가 써왔던 문자서비스와는 어떻게 다른지 그 개념조차 잡을 수 없더란 말이다. ‘1명이던 빅브라더가 5000만명의 빅브라더로 늘어 너의 사생활을 송두리째 뽑아 먹을 것이야~!’라고 되도 않는 변명을 하지만 맘 속 깊은 곳에서는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작업에 대한 피곤함과 두려움이 반씩 믹스되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점점 더 땅에 뿌리박아 옴짝 달싹 못하는 레고인형처럼 늘 같은 하늘만 바라보는 둔해빠지고 게으른 겁쟁이가 내몸에서 자라고 있는 중이다.

새해들어 새로운 팀에, 새로운 책상에, 새로운 사람들과 있다. 새로운 시작은 새로운 감흥과 마음가짐을 불러일으키지만 각오와는 달리 머리속은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복잡할 따름이다. 참 더디게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지 일년 가까이 되어간다. 아기들 말 배우는 것도 아닌데 하루 하루 광고라는 세계의 언어를 지워내고 배우고, 다시 지워내고  있는 중이다. 도저히 나아지지 않는 듯한 성장과 어느 찰나 폭발하듯 머리를 때리는 각성, 그리고 이것의 주기적 반복. 어느 선배는 이렇게 광고쟁이는 자연스레 성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어릴 땐 그런 각성의 계기가 주변의 선배들 혹은 다른 충격으로 인해 주어지곤 했는데, 연차가 쌓일수록 그 계기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끄집어 내야 한다는 데에 고민의 끝이 닿아있다. 머리만 쓸데없이 커버린 Adult가 되느냐? 이것 저것 척척 해내는 광고계의 어른 -ADult- 이 되느냐? 17살의 피끓는 소년마냥 복잡한 머리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