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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4시30분
단수메가라
2010. 5. 14. 23:40
경험에 기인한 지극히 사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말하건대, 내게 있어 오후 4시 30분은 대체로 ‘폭발직전의 시간’인 것 같다. 가만히 눈을 감고 4시 30분을 생각해 보자. 퇴근 후 약속은 잡혀있는 상태이며 당신은 약속시간 사수를 위해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벨이 울리고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무언가에 쫓기듯 다급하다. 당신의 책상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서류로 넘쳐나고 퇴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주변의 분위기는 조금씩 긴장의 수위를 높여간다. 밀려오는 전화와 생각보다 더딘 일처리 속도, 그리고 그보다 더욱 느려진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의 속도에 뒷골이 당겨올 무렵 격전을 치르고 모함으로 귀환하는 우주전투기처럼 피곤에 치진 선배들의 어두운 얼굴이 파티션 너머로 보일 때면 당신은 90년대 히트쳤던 노래의 한 소절이 생각날 것이다. “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아, 오늘도 속칭 ‘나가리’를 맞았는가? 결과를 듣기 위해 모두 회의실로 모일 때쯤이면 우린 듣지 않아도 들을 수 있고 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뛰어난 유추력과 놀라운 천리안을 갖게 된다. 그런데 만약 공교롭게도 그날이 친구들과 5개월만에 약속한 만찬회동이 잡혀있는 금요일이라면? 아.... 추측컨대 금요일 오후 4시30분은 아마도 순간 흡연율과 커피 소비량이 일주일중 가장 높은 시점이 아닐까?
나의 지난 주를 돌아보자.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회사에 나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사람들의 환한 미소가 아닌 빽빽히 적힌 일정표였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가볍게 스윕, 수요일의 격전을 지나 목요일은 연장혈투 끝에 무승부, 드디어 최대의 승부처라 할 수 있는 금요일의 최고 분수령이 되었던 폭발직전의 오후 4시 30분은 고속촬영처럼 천천히 열리는 출입문을 주성치처럼 통과하는 CD님의 미소가득한 얼굴에 굿바이 홈런으로 마무리된다. (ASSA 노래방!) 오늘 들어간 보고는 격찬을 받았으며 광고주 시사 결과는 탄산수처럼 상큼하게 마무리 되었고 3개중 하나만 고르자고 들어간 시안은 배은망덕하게도 3개 모두 팔려버렸다라나 뭐래나...? 브루스 윌리스가 1초를 남기고 극적으로 멈추게 한 시한폭탄마냥 사라져버린 나의 ‘폭발직전의 시간’ 금요일 오후 4시 30분은 고생 많았다는 팀장님의 말씀과 함께 프라이데이 나이트 피버로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되었다. 우리나라 국회가 여야대치상황으로 숨가쁘게 돌아가는 관계로 아직 죽은란 ‘법’은 입안이 되질 않은 것 같으니 참 다행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