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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HOT & COOL

 모두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사랑하사 매사에 열심이고 만사에 진심이다. 회의 시간에 잔뜩 찡그린 모습으로 거사라도 진행하는 양 폼잡고 살다가 집에와서 아내와 함께 TV앞에 있을라 치면, 똑같은 모습으로 입벌리고 드라마에 빠져있는 모습은 다를 바 없다. 그러다 최근에 작업한 광고라도 나오면 아닌척 하다 괜히 아내의 눈치를 슬쩍 살핀다. “음...저거 만드느라 그렇게 맨날 밤을 패셨어?” 그런말이라도 들으면 발끈하여 그게 아니고 이래서 그러하여 요로코롬 어찌 저찌 된것이다 라고 말하지만 매번 조심스럽고 소심해지는 모습의 나다. 회사에서 그리 당당히 말하다가도 아내앞에서 유난히 움츠려 드는 이유를 생각해 보건대 그녀가 ‘광고만들기’에서 자유롭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나 깨나 광고인이라는 생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내시선에 비해 그녀는 주부에서 여자로, 엄마에서 불만 가득한 아줌마로, 열혈팬에서 광고 심의의원의 모습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래 저래 광고를 뜯어보고 조물락 거리다 휙 던져버리며 한마디 하는 무서운 내공을 지닌 무서운 비전문가이다. 매번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에 가슴이 아파오지만 쓴 약처럼 유용한 구석도 있다. 가끔은 놀랍게도 캠페인의 아쉬운점과 나아갈 바를 그녀만의 언어로 한줄로 명쾌하고 쉽게 정리해주기도 하는 그녀의 시선은 광고라는 틀안에 갇혀있던 내게 물파스처럼 싸 하면서도 시원하기까지 하다. 007시리즈 네버다이에서 양자경이 잘난 척하는 제임스본드에게 이렇게 대사를 던지던게 생각난다.
‘여자말을 들어, 다 옳은 법이니까’



 극과 극이 만나면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프라이팬속에 담겨져 있던 물은 서서히 달아오른면 단지 끓기만 할 뿐이지만 아무것도 없이 200도이상 뜨겁게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차가운 물을 끼얹으면 요란법석을 떨며 물방울이 튀어오르며 이동하는 법이다. 원래 알던 것은 아니고 물리학에서 말하는 ‘라이덴 프로스트’ 현상이라는 것인데 이 현상은 물의 온도가 차가울 수록 팬이 뜨거우면 뜨거울 수록 더욱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극과 극이 만나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이유이지만 전문가의 생각과 시선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비전문가들에 한해서다. 하지만 그 시선에 너무 갇혀 우리 내면을 향한 시선까지 그렇게 전문가 행세를 하려한다. 다른 생각의 여지를 스스로 제단해버리는 바보같은 습관말이다. 광고를 의식하진 못하지만 광고라는 물에 갇혀 그 밖의 세상은 모르는 물고기 마냥 우린 너무 한쪽에 치우쳐져 있는 모습을 나를 통해 발견하곤 한다.

 신입사원 채용의 계절이다. 어려운 경제적 여파인지 모르겠지만 해가 갈수록 굉장한 슈퍼루키들이 속속 이 바닥에 등장하고 있다. 우연히 광고 지망생들의 이력이라도 얻어보면 무척이나 화력한 팩트와 공모전 경력을 지닌 이들이 눈에 띈다. 광고를 사랑해 마지않는 열혈청년들, 나를 포함한 모든 분들이 그렇겠지만 누구보다 이직업을 갖고싶고, 누구보다 광고를 사랑했던 그들의 그런 시기를 겪어왔으리라 본다. 광고연차에 비례하는 실력을 갖췄다고 자신하긴 어렵지만 나역시 그런 과정을 겪어왔고 그런시기를 지나 지금 부끄럽게나마 이 자리에 서있는 것 아니겠는가? 해가 갈수록 가슴은 조금 식어버렸지만 대신 조금은 차가워진 머리를 갖게 된것은 세월과 경험이 주는 고마운 선물이다. 맹목적인 시선은 조금이나마 확장되었고 생각은 조금 더 말랑말랑해졌다고나 할까? 짧은 경력이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광고적인 것과는 무관한 사고방식을 지닌 신입사원들이 만들어내는 신선한 파열음을 듣는 경우가 있다. 그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가 핫한 가슴만큼이나 쿨한 태도를 지닌 태생적 자유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중심에 매몰되지 않고 주변에서 끊임없이 운동하는 자유로운 영혼들처럼 광고밖의 세상을 배회하고 다녀야 겠다. 주변에서 맴돌다가 끝날 인생이 아니라 언젠가는 다시 중심의 현장으로 돌아갈 운명임을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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