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쑥스럽지만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이라면 같은 기억을 공유할지도 모르겠다. 한 달 동안 그 날만을 기다리며 서점으로 달려가 꼬박꼬박 모은 단돈 천원과 함께 조심스럽게 내밀던 그 잡지. 그것을 가슴에 품고왔던 그 길을 되돌아 가며 그 날따라 길게만 느껴지던 조바심, 그리고 조금만 참으면 환하게 펼쳐질 새로운 세상의 환희를 떠올리며 다독이던 순간의 짜릿함. 방에 몰래 들어가 떨리는 손으로 넘기던 살색창연한 페이지들 속 글래머 여인들의 속삭임을 나는 아직 기억한다. 그렇게‘건강 다이제스트’란 잡지는 나의 10대 시절의 뜨거움을 보듬어 안아주던 고마운 존재였다. 지금이야 인터넷에서 부지런히 다운받은 야동과 야사가 가득 차고 넘치는 나의‘곤줄박이 폴더’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 당시 미니시리즈‘V’에 나오는 외계 미녀 다이애나보다 훨씬 아름다운 여성들로 가득한 건강 다이제스트란 잡지는 내게 있어 젖과 꿀이 흐르는 어린 시절의 할렘이라 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암을 정복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비키니 입은 여인네들이 과연 어떤 관련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말이다.그런 건강다이제스트라는 잡지를 며칠 전 차를 기다리다 가판대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픽~ 하는 웃음과 함께 옛날 생각이 나서 좀 더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이제는 저작권 문제 때문인지 표지는 말 그대로 건강해져 있으며 그때에도 봤음직한 기사들이 표지에 어지럽게 쓰여져 있지만,
제호 위에 써 있는 ‘천하를 얻은들 건강을 잃으면 무엇하랴?’ 라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당시에도 꽤나 멋진 말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미 몸매는 망가질대로 망가져 나올 곳이 들어가고 들어가야 할 곳이 나온 지금 내게 오히려 가슴에 더 깊게 와 박히는 말이었다. 박 아트야, 너는 무엇을 하였기에 천하도 얻지 못했으면서 건강까지도 챙기지 못하였느냐? 슬프고 슬픈 일이다.
요즘 기승을 부리는 신종플루는 사무실 출입구 앞 손 세정제와 체온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먼저 다가왔다. 세정제의 끈적거림이야 손을 비비면 없어지지만 주변의 기침 소리에도 민감해지는 맘의 끈적거림은 잘 마르지 않는다. 신종플루 환자가 날로 늘어난다고 뉴스에선 떠들어 대고 원인부터 예방법, 그리고 근거 없는 인류멸망설까지 그 파장은 날로 커져만 가는데, 정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무소용한 병에 대한 지식만큼이나 의심과 조바심도 함께 커지는, 아는 게 오히려 병을 부추기는 세상이 되었다“. 나 그래도 건강 챙기고 있어요~”라는 상징적 위문품인 종합비타민 두세 개쯤은 챙겨놓아야 맘이 놓인다는 어느 선배의 말처럼 건강에 대한 우리의 지극한 관심은, 반대로 생각해 보면 건강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 그리 높지 않다는 반증인 듯 싶다.‘비타민이 없으면 보약을 먹으면된다’는 세칭 마리 앙투와네트식 발언에 발끈하는 나 같은건강 무지인에게는, 건강에 대한 투자와 관심 자체가 처리 해야만 하는 업무만큼 귀찮고 어려운 일로 여겨지지만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하는 주변의 우려를 듣고 있으면 마냥 신경 안 쓰고 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아, 건강걱정에 대한 걱정이 걱정거리가 되어버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신종플루란 놈은 엉뚱한 곳에서 사고를 친다. 열심히 고생해 작업했던 리조트 광고가 신종플루의 여파로 묶여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수많은 관계와 소통 속에서 먹고 살아가는 우리의 일이 관계와 소통이라는 요인에 의해 타격을 입은 것이다. 어제는 모이라고 말했다가 오늘은 너무 많이 모이진 말라고 할 판이니, 이러다간 우리가 일하고 생각하는 방식까지 모두 바뀔 수도 있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내일을 위해 오늘은 살아가야 하고 생각하는 작업에 멈춤이 있어서는 안될 일, 이 참에 나도 야근과 스트레스에찌든 몸을 조이고 닦아 육체파 광고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제호 위에 써 있는 ‘천하를 얻은들 건강을 잃으면 무엇하랴?’ 라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당시에도 꽤나 멋진 말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미 몸매는 망가질대로 망가져 나올 곳이 들어가고 들어가야 할 곳이 나온 지금 내게 오히려 가슴에 더 깊게 와 박히는 말이었다. 박 아트야, 너는 무엇을 하였기에 천하도 얻지 못했으면서 건강까지도 챙기지 못하였느냐? 슬프고 슬픈 일이다.
요즘 기승을 부리는 신종플루는 사무실 출입구 앞 손 세정제와 체온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먼저 다가왔다. 세정제의 끈적거림이야 손을 비비면 없어지지만 주변의 기침 소리에도 민감해지는 맘의 끈적거림은 잘 마르지 않는다. 신종플루 환자가 날로 늘어난다고 뉴스에선 떠들어 대고 원인부터 예방법, 그리고 근거 없는 인류멸망설까지 그 파장은 날로 커져만 가는데, 정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무소용한 병에 대한 지식만큼이나 의심과 조바심도 함께 커지는, 아는 게 오히려 병을 부추기는 세상이 되었다“. 나 그래도 건강 챙기고 있어요~”라는 상징적 위문품인 종합비타민 두세 개쯤은 챙겨놓아야 맘이 놓인다는 어느 선배의 말처럼 건강에 대한 우리의 지극한 관심은, 반대로 생각해 보면 건강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 그리 높지 않다는 반증인 듯 싶다.‘비타민이 없으면 보약을 먹으면된다’는 세칭 마리 앙투와네트식 발언에 발끈하는 나 같은건강 무지인에게는, 건강에 대한 투자와 관심 자체가 처리 해야만 하는 업무만큼 귀찮고 어려운 일로 여겨지지만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하는 주변의 우려를 듣고 있으면 마냥 신경 안 쓰고 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아, 건강걱정에 대한 걱정이 걱정거리가 되어버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신종플루란 놈은 엉뚱한 곳에서 사고를 친다. 열심히 고생해 작업했던 리조트 광고가 신종플루의 여파로 묶여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수많은 관계와 소통 속에서 먹고 살아가는 우리의 일이 관계와 소통이라는 요인에 의해 타격을 입은 것이다. 어제는 모이라고 말했다가 오늘은 너무 많이 모이진 말라고 할 판이니, 이러다간 우리가 일하고 생각하는 방식까지 모두 바뀔 수도 있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내일을 위해 오늘은 살아가야 하고 생각하는 작업에 멈춤이 있어서는 안될 일, 이 참에 나도 야근과 스트레스에찌든 몸을 조이고 닦아 육체파 광고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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